문화일기
시, 나의 가장 가난한 사치 -김지수
턱쌤
2011. 11. 14. 15:46
김지수
페이지원
보그(vogue) 지의 기자인 김지수씨가 쓴 시감상 에세이
현대시 30편을 골라 자기삶에 견주어 담담하게 시평을 써내려간 글들
때론 감성적이고, 때론 관념적이지만
그녀가 살면서 부딪혀 몸과 영혼에 새긴 진솔한 이야기들이 베어있다.
시,
영화 시에서 주인공 윤정희가 그토록 어려워했던 시.
허나 삶을 몇줄의 글로 압축하고 표현하기 어려웠지만
결국 내가 살고 있는 그 삶 자체가 시였다는 것을 보여주었던...
사랑하고, 아프고,
떠나고, 기억하고, 흘려보내고, 다시 또 걷고,
그러다, 어쩌자고 또 살고....
어쩌자고 / 진은영
밤은 타로 카드 뒷장처럼 겹겹이 펼처지는지, 물위에 달리라 꽃
잎들 맴도는지. 어쩌자고 벽이 열려 있는데 문에 자꾸 부딪히는
지. 사과파이의 뜨거운 시럽이 흐르는지, 내 목덜미를 타고 흐르
는지. 유리공장에서 한 번도 켜지지 않은 전구들이 부서지는지.
어쩌자고 젖은 빨래는 마르지 않는지. 파란 새 우는지, 널 사랑
하는지. 검은 버찌나무 위의 가을로 날아가는지, 도대체 어쩌자
고 내가 시를 쓰는지, 어쩌자고 종이를 태운 재들은 부드러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