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별하지 않는다
- 문학동네
- 한강
한강 작가의 말처럼 그녀의 책, '작별하지 않는다'를 먼저 읽었다. 책을 덮으며 탄성이 나왔다. 4.3의 제주 이야기를 이렇게 풀어내다니! 거장의 영화 한 편을 본 것 같다. 작가에 대한 경외심과 작품에 대한 심오함이 심장 깊숙이 스며든다.
노벨 문학상 선정 이유였던 '모든 작품에서 역사적 트라우마와 보이지 않는 규범들을 정면으로 마주하며, 인간 삶의 나약함을 시적이고 실험적인 문체로 나타냈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이 한 권으로도 이해가 됐다.
제주 4.3 사건 기행, 경산코발트광산 양민학살과 노근리 학살 답사기행을 했던 기억들이 소슬하게 떠오른다.
아직도 극우 세력은 사과는 커녕, 역사적 사실조차 인정하지 않고, 폄훼하고, 왜곡하고, 모욕 주는 일을 계속하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은 국가추념식도 참석하지 않으며, 스웨덴 대사관에 몰려가서 노벨문학상 취소를 외치는 자들(4.3 가해자와 다를 바 없는)과 같은 하늘아래 살고 있다는 비참함이라니.
'부디 4.3의 진실과 작별하지 말아 달라'며 4.3 유족회가 한강에게 감사하고 큰 위로를 받았다는 뉴스를 보면서 이 책 속의 '엄마' 마음이 그렇겠구나 싶었다.
그리고, 제주 4.3이 경산코발트 광산 학살과 이어져 있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분단이 가져온 반도의 비극은 끝이 없다. 과거와 현재, 죽은 자와 산 자는 지금도 연결되어 있고 그 상처와 아픔은 (알려졌다는 것 외엔) 달라진 것 없이 지금을 살아가고 있다. 헤어 나올 수 없는 슬픔이라 체념하며 살고 있었건만, 책의 마지막 불꽃, '괜찮아, 나한테 불이 있어'라는 말은 작가의 힘을, 변화의 희망을 보여주는 것 같다.
2013년 영화공간 주안에서 봤던 영화 '지슬'이 흑백 영화로 제주의 그 당시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려고 했고, '작별하지 않는다'는 현재와 맞닿아 있는 아픔과 지속되는 삶을 아프지만 피하지 않고 마주하여 이야기하고 있다. 이런 과정이 지속되어 진실과 화해, 진정한 사과와 회복이 이루어져야 할 텐데 지금 정부는 시간을 오히려 거꾸로 돌려 모욕과 폭력만을 덧칠하고 있기에 이 작품이 더 먹먹하다.
「한강 작가에게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
작가의 바람처럼 지극한 사랑에 대한 소설이 되어 유가족과 국민을 사랑으로 감싸 안았다.」
참고로 2013년에 봤던 노근리 학살을 다룬 영화 '작은 연못'의 후기와
https://tuckssam.tistory.com/m/436
이 작품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5년 전 4. 3 추모제 편지 영상 하나를 올린다.
https://youtu.be/q_8ofBy0bLg?si=WOHRA2w3O40xvx_t
* 읽으며 책 속 낯선 단어들을 적확하게 배우는 것도 뿌듯했습니다.
소슬하다. 서늘 으스스 고요 쓸쓸
우듬지. 나뭇가지 끝
유성음. 목청 울려 나는 소리 ㅇㅁㄹ 등
마흔 둥이. 늦게 나은 자식
환지통. 팔과 다리가 절단된 자리에 아픔과 저림을 느끼는 현상
선선히. 까다롭지 않고 시원스럽게
윈드시어. 불규칙하게 이는 바람 비행기이착륙방해
외틀다. 한쪽으로 틀다
내밀하다. 겉으로 드러내지 않아 비밀스럽다
무연하다. 아무 인연이 없다
박명. 해뜨기 전 후 희미하게 밝은 상태
배음. 배경음악
욕지기. 속이 메스껍고 역겨워 토할 듯한 느낌
비등점. 액체가 끓기 시작하는 온도
오목가슴. 1. 사람 몸에 있어서 급소의 하나로, 복장뼈 아래 한가운데 오목하게 들어간 곳
2. 접히고 눌린 마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양치잎. 양치식물에 달리는 잎. 포자낭이 형성되지 않은 영양엽과 포자낭이 만들어지는 포자엽 따위의 두 가지가 있다.
장정. 책의 표지나 속표지, 도안 따위와 같은 겉모양을 꾸밈
연니. 바다의 밑바닥에 퇴적되어 있는 무른 흙
일별 하다. (사람이 어떤 대상을) 한 번 흘낏 보다
선득함. 1. 갑자기 찬 기운을 받아 서늘한 느낌이 있다 2. 갑자기 놀라면서 서늘하다
빛점. 하나의 점으로 본 발광체
음음하다. 흐리고 어둡다
가을 오후 산책길, 아들이 졸업한 중학교 교문에 드리운 현수막이 너무 반가웠다. 올바른 역사인식과 진실규명, 그리고 재발하지 않는 것은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의 주춧돌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