턱쌤 2024. 11. 25. 06:16

- 한강 지음
- 문학동네
- 2016.5.25.

태어나 2시간 만에 하늘로 간 언니에 대한 상실감을 안고 사는 주인공(작가)이  언니(혼이 있다면)를 애도하는 (자전적) 소설이다. 언니가 살았다면 나는 태어나지도 못했을 거란 생각에 바탕을 두고 있다. 그것은 단절이 아니라 삶(빛)과 죽음(어둠)의 경계에 같이 머물며 마주한다.

작가는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흰색의 대상들에 대해 사색하고 언니와 잇는다. 폭격에 폐허가 되었던 흰색 도시가 재생된 것처럼 주인공의 마음도 상실을  흰으로 덮인다. 이렇듯 흰은 죽음이자 탄생이다.

고국(한국)에서는 비극으로 넋이 된 사람들이 거리 한복판에서 기려진 적이 없다는 사실이 그녀를 더 상실에 빠지게 한다. 그래서 그녀 자신에게 숙제를 던진다.

기억할 모든 죽음과 넋들에게-자신의 것을 포함해-초를 밝힐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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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다가 문득,
한강 작가가 쓰는 문장들은 사람의 심리와 그 순간의 주변 환경, 자연물에 대한 미세한 묘사인데, 우리가 일상에서 만나는 것들이란 생각을 했다.
나 같은 독자는 매일 행하는 몸짓의 일상과 마음 상태, 공간과 사물을 이렇게 자세하면서도 시적 표현으로 묘사하지 못한다.
작가 한강은 이렇게 다른 듯 다르지 않은 인간의 마음을 헤집어놓고, 울게 만들고, 머리를 감싸게 만든 다음, 심연에 깊고 도도한 강물이 다시 흐르게 만든다.

이 책 역시 한강의 다른 소설처럼 아픔과 상실을 있는 그대로 드러냄으로써 결국 아픔이 치유되는 것이라 말한다. 잊지 말자고 말한다.
그리고, 책 중간중간 있는 흰 여백은 살면서 때론 침묵하고, 때론 여유를 가지고, 비우라고 말한다.

*월북작가 박태원이 소설 문장에 나오는데 그의 외손자가 봉준호 감독이란 것도 흥미롭다.

*공교롭게도 나 역시 형이 살았다면 이 세상에 없었을 존재.(사랑하는 울엄니 왈)

모두에게 건네는 최선의 작별의 말,
죽지 말아요. 살아가요.

- '죽지 말아요' 이 말은 <소년이 온다>에도 쓰였다. 또한 죽어가던 아기의 귀에 죽지 말라는 말을 했던 엄마에게 바치는 소설 같다는 생각도 든다.


시시로.  경우에 따라 가끔
곱다.   손가락이나 발가락이 얼어서 감각이 없고 놀리기가 어렵다.(곱은 손)
물큰하다.  갑자기 심하게 풍기는 느낌이 있다.
무연히.  크게 낙심하여 허탈해하거나 멍하게.
사위.  사방의 둘레
무람없이.  예의를 지키지 않으며 삼가고 조심하는 것이 없이.
살풍경.   보잘것없이 메마르고 스산한 풍경.
수굿한. 고개를 조금 숙인 듯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