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 까잇거
김장을 했다.
20년 가까이 고향 파주에서
엄니네와 세 자식들 네 가족이 모여했지만,
6년 전 연로하신 부모님이 중단 선언하시고 그 뒤론 각자도생.
나 혼자 김장한 적도 있고
매년 40킬로(+총각 10킬로)는 기본으로 했었다.
올해는 고2 아들 덕에
최소로 맛만 보기로 했다.
20킬로만 담갔다.
아내는 연차를 내서
재료 준비를 했고,
난 조퇴를 해서
무채와 속 버무리, 양념바르기와 뒷정리 담당이다.
20킬로 혼자 양념바르고 통에 넣기를 하고 아내는 통 교체와 정리만 한다.
내가 손이 마이 빠르다.
50킬로 때도 혼자 바르고 담갔다.
이케 저케 쉭쉭 하믄 금방 통이 다 찬다.
머리에 꽃은 안 꽂았다.
네 통 반이 나왔고
끝낸 후
들기름 듬뿍 넣은 속대볶음에
반주 7잔은
천국으로 나를 인도한다.
다시 문산 얘기로 돌아가서.
20년 전에는 1박 2일이 걸렸다.
토요일에 모여
재료를 다듬고
배추를 큰 통에 담가 밤새 절였다.
밤에 한번 뒤집어 주는 수고도 해야 했다.
다음날 새벽에 일어나
무를 100개는 갈고
엄니 지시에 따라 버무리고
속을 문질러 싸는 일들이
반나절 넘게 이루어졌다.
동네 지인들도 예닐곱은 오셔서
며느리는 그분들 접대 담당이 된다.
커피를 내고 과일을 깎아 대접하고
간식을 입에 넣어드렸다.
품앗이라도 엄니는 일이 끝나면
얼마간의 돈을 도와주신 분 주머니에 찔러 드렸다.
무릎이 아프도록 앉았다 일어났다.
4시간을 꼬박 속을 넣어 싸는 일이 쉽지는 않았다.
하지만 자식들마다 여나무통씩 싣고 돌아가는 길을 어머니도 나도 뿌듯해하던 시절이었다.
그립겠지만
그 추억만으로도 앞으로 재미있게 김장을 조금씩이라도 하며 살아갈 힘을 채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