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챌린지 20

겨울의 사랑

가을을 사랑한 겨울이기다림에 지쳐와락, 가을을 껴안았다. 그리움 가득 머금은 겨울이미치도록 그리웠다고 성토하듯가을 위에 무거운 눈물을 쏟아냈다. 이토록 처절하게. 와락 껴안고 펑펑 우는 겨울을팔을 뻗어 안아주는 가을이라니북유럽의 폭설이 이렇다면난 그곳으로 가야겠다. 매일 가을과 겨울의 사랑을 봐야겠다.애틋하고 간절하며 눈물겨운 이 사랑의 행위나도 다 쏟아야겠다.

살다보면 2024.11.27

- 한강 지음- 문학동네- 2016.5.25. 태어나 2시간 만에 하늘로 간 언니에 대한 상실감을 안고 사는 주인공(작가)이 언니(혼이 있다면)를 애도하는 (자전적) 소설이다. 언니가 살았다면 나는 태어나지도 못했을 거란 생각에 바탕을 두고 있다. 그것은 단절이 아니라 삶(빛)과 죽음(어둠)의 경계에 같이 머물며 마주한다. 작가는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흰색의 대상들에 대해 사색하고 언니와 잇는다. 폭격에 폐허가 되었던 흰색 도시가 재생된 것처럼 주인공의 마음도 상실을 흰으로 덮인다. 이렇듯 흰은 죽음이자 탄생이다. 고국(한국)에서는 비극으로 넋이 된 사람들이 거리 한복판에서 기려진 적이 없다는 사실이 그녀를 더 상실에 빠지게 한다. 그래서 그녀 자신에게 숙제를 던진다.기억할 모든 죽음과 넋들에게-자신..

얼큰 순댓국, 둘째의 마음을 얻다

밤 11시, 그룹과외를 마친 아이를 픽업해서 순댓국을 먹었다. 시골 다녀온 부모 때문에 저녁으로 혼자 치킨버거 하나 먹은 아이를 위해 데리고 갔다.24시간 운영하는 전통 있는 국밥집이다.아이는 얼마 전 친구들과 뒷동산을 갔다가 먹어봤다며 얼큰 순댓국을 시켰다. 치킨 버거의 느끼함을 눌러준다며 맛나게 완뚝. 내 국밥의 고기도 더 덜어주었다. 우리 부자가 가끔 누리는 호사다. 야식 우동집도 그중 하나. 아이는 먹는 내내 미쿡 가요계가 멸망 중이라며 비욘세를 비롯한 파파 머시기를 둘러싼 괴담을 늘어놨다. 구속된 파파가 나쁜 인간이었다는 것을 알게 됐고, 고2인 아들이 유튜브로 이런 글로벌 루머도 같이 학습하고 있단 것도 알게 됐다.다 먹고 나오니 12시가 넘었다. 맛난 추억 하나 더 만든 시간이었다. 질주하는..

육아일기 2024.11.24

낡은 틀을 깬다는 것

직장 후배의 결혼식에 다녀왔다. 분주한 토요일 왕복 4시간 거리지만가깝게 두고 싶은 후배라 마다하지 않고 다녀왔다. 달랐다. 30여 년 봐왔던 것과 달랐다. 주례 없이 공동 입장 같은 것은 요즘 흔해졌지만. 신부가 발목이 드러나는 원피스 같은 드레스를 입고 신랑과 똑같이 하객을 맞이했고,신랑신부 입장 전에 양가 부모가 손잡고 1990년(공교롭게 같은 해) 당신들이 결혼할 때처럼 손잡고 입장했다. 굉장히 의미 있는 장면이었다. 낡은 틀을 깨면이렇게 뜻깊고 아름다운 광경이 펼쳐질 때가 있다. 50 중반의 나이에 접어들며, 틀 깨기에 주저할 뿐 아니라 내가 가진 틀이 고루한 것인지 조차 발견하지 못한다. 멋진 후배,열심히 행복 일구며 살길~^^

살다보면 2024.11.23

三重苦? 三重愛!

늘 북새통인 점심 급식을 가로질러,어린 내 새끼 기다리는 교문 앞 부모와 학원 선생님들을 가로질러,다시 예년 기온으로 내려준 소설(小雪) 찬바람 가로질러,공항 입국장 인파를 가로질러 나온 엄니를 모시고,북녘 바람 안고 고향으로 달려갔다.당신 인생의 마지막 해외여행이란 말이 한숨에 섞여 나왔다. 아흔에 가까워진 아버지 성화에 화장실 온풍기를 달고,미끄럼방지 스티커를 바닥에 붙이고,차려주신 밥 얻어먹다가,집에 혼자 있는 둘째에게 전화를 걸어저녁끼니를 점검했다. 챙겨주신 시골 엄니 반찬 싣고,북녘 바람 등지고,바람보다 빠르게 다시 인천공항 가서5일간 해외 연수 다녀오신 마님을 고이 모시고,집에 왔다. 부모님, 아내, 자식을 연결하는 오늘의 삼중 케어 플레이는 잘 마무리되었다.뿌듯하다. 그런데, 난 누가 챙겨주..

살다보면 2024.11.22

얼마 전 집으로 강화 햅쌀이 왔다. 제자가 보낸. 30년 전 첫 제자이고10년 전 주례를 섰었고10년 간 연탄 나눔을 같이 하고 있다.(어느새 쌍둥이 아이들까지^^)작년엔 교직원공제회 스승의 날 기념 공모전에 이 아이와의 사례로 대상 먹고 상금을 제자 쌍둥이 아이에게 장학금으로 주었다그리고, 이젠 같이 나이 먹고 있다. 이 아이 부부가 내게 주는 삶의 희열은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잘 자라주어 고맙다.그저 먼저 난 사람일 뿐인선생(先生)에게 이보다 더 고마운 일이 있을까. 학교에 쌀을 납품하고학교에서 아이들 식사를 책임지며 사는내게 너무나도 자랑스런 부부.어려움도 같이 극복하고두 아이와 몸도 맘도 행복하길 신께 기도한다. 이 부부는 쌀이다. 쌀처럼가장 기본이자 없어서는 안 될.

교단일기 2024.11.21

17회 CBS 그대아침 연탄 나눔

2008년부터니까 17년째다. CBS 93.9 Mhz 음악 FM 김용신의 그대와 여는 아침의애청자들이 모아 온 연탄은10만 장을 넘었다. 김용신의 그대와 여는 아침,이 라디오 프로그램이 주는 감동을우리 사회의 그늘진 어느 곳에 보내따뜻하게 하고 싶다는 마음이 모였다. 기적이었고,지금도 기적이다.연탄값이 올라도 모금액은 그 이상 올라간다. 신기하고, 감동이고, 감사한 일이다. 그 기운을 고스란히 내가 받아 착하고 바르게 살아야겠다고 반성하는 시즌이 되기도 한다. 세상은 늘 평범한 사람들이 만들어간다.잔잔한 강물 밑 흐름을 만들고 바다로 나아가는 힘은 결국 평범한 시민들이다. 고오급 사기꾼들이 정치와 법을 쥐고 국민을 밟아 갈라치기 할 뿐.♥그대와 여는 아침 연탄 기부하는 법(클릭)https://m.cafe..

살다보면 2024.11.19

내 삶이 장례식

지난주 금요일, 고 00초 특수교사 사망과 관련하여 인천시 교육청 앞에서 하는 1인시위를 다녀왔다.명확한 진상규명과 순직인정, 그리고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특수교육과 특수교사의 교육환경을 개선해 달라는 소리 없는 외침을 한 거다. 전국 각지에서 보낸 수백의 화환에 달렸던 근조리본들이 찬 바람에 물결쳤고, 도로에는 추모와 항의의 현수막이 그 선생님의 걸어갈 하늘길을 열어 위로하고 있었다. 장례를 치르지 못해 내 삶이 장례식이 되었다는 '소년이 온다'의 문장처럼 요즘 내 삶이 온통 장례식이 된 것 같다. 지구에 존재하는 나라 중에서 전 연령 압도적 자살률 1위, 자살 권하는 사회가 된 우리나라. 가을 햇살이 빚은 오색찬란한 자연의 빛들도 다 잿빛으로 눈에 투영된다. 그럼에도, 죽지 말고 맞서면 좋겠다.그..

희망 세상 2024.1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