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2학기에 지금 1학년 반의 담임으로 들어왔다. 정년퇴임 하신 선배의 빈자리를 채운 거다. 아이들을 지도하면서 1학기때 모습이 궁금하여 아이들에게 묻곤 한다.
"00이 1학기때도 이랬니?"
"1학기 때는 이럴 때 어떻게 했니?"
아이들의 대답을 참고해서 크게 다르지 않게 조절하며 학급운영을 하고 있다. 그런데 확연히 달라진 아이들의 모습이 하나 있다. 바로 활기참, 그 선을 넘는 몇 명의 아이들이다.
교실에 오는 중국어 선생님과 수업 보조 선생님의 말을 들어보면 수업시간에 선생님 말에 꼼짝도 안 했단다. 그런 아이들이 웃고 떠들고 강당에서 활기차게 노니 신기했던 모양이다. 그런데, 선을 넘는 아이들이 있다. 말도 안 되는 자기 기준으로 내게 따지고 드는 것이다. 녀석들, 내가 만만해 보이니 소위 막 나가는거다.^^ 게다가 덩달아 선 넘는 아이들이 보여서 요즘은 경계를 확실히 세우며 지도하는 중이다.
턱쌤은 천재 마술사 - 고○우(인천 부0초 1학년)
시 쓰기 하려고 했다.
똥꼬가 간지럽다.
물휴지로 닦아봤다.
선생님 말이 맞았다.
출렁,
내 마음도 출렁한다.
0우 역시 목소리도 크고, 말도 많고, 뭐든 조금이라도 (실제론 손해가 아닌데도 자기 생각에) 손해보는 것 같으면 끝까지 따진다. 그 녀석과 말로 대거리를 하고 있으면 금세 피곤해질 정도다. 이날도 시를 쓰러 나가는데 인상이 구겨져 있다. 똥꼬에 뭐가 있는 것 같이 걸리적거린단다. 병아리들 엄마처럼 아이들 데리고 나가기도 바쁜데 계속 뒤에서 징징댄다. 얼른 화장실 가서 휴지로 닦아 보라고 했더니 한참 뒤에 나타났다. 표정은 그대로다.
"왜? 아직도 그래?"
"네, 아직도 뭐가 있는 것 같아요."
아이들 지도중이라 운동장에서 자리를 비울 수 없어 다시 한번 가보라고 했다.
"0우야, 이번에는 휴지에 물을 묻혀서 스윽 닦아봐."
이번에도 안 되면 내가 화장실에 가서 녀석의 똥꼬를 한 번 봐줄 생각이었는데,
잠시 후 웃으며 나타났다. 그리고 전과 달리 후다닥 써 온 시가 이거다.
녀석, 거봐라.
선생님 말을 잘 들으면 가렵던 똥꼬도 시원해진다.
제발 말 좀 잘 듣고, 말 좀 줄여다오.
근데 마음은 왜 출렁한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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