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그 맛난 짜장면이 싫다는 아이는 집이 중국집이었고, 얼굴에 그늘졌던 아이는 벼락같은 해고 통지받은 대우차 아빠를 뒀고, 사랑 많은 아이는 부모님 사랑이 더 넘쳤으며, 숙제 안 해오던 아이는 엄마가 열흘 전 집 나갔단 사실 모두 유리병 델몬트 하나 사들고 간 가정방문에서 알게 된 거다. 종이 한 장 가정환경조사서보다 쓰윽 둘러본 집 안 모습으로 아이 곁에 붙어 설 수 있었다. 2019년, 오해 그득한 시대에 가정방문은 요원한 일. 교실배식 점심시간에 내 책상으로 초대해 10분 남짓 함께 밥 먹으며 쓰윽 몇 마디 나눈 말들로 아이 집에 들어앉았다. 10분의 밥 한 끼도 그 삶과 마주하는 것임을 배웠다. 2024년, 전쟁터 같은 학교 식당에서 아이들과 홀린 듯 밥 먹고 나오면 그날 내가 먹은 점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