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추석에도 만 원짜리 선물김 사서
한 상자씩 아파트 우리 동 경비아저씨들과 청소여사님께 드렸다.
(명절마다 이렇게 지역아동센터 선생님들, 학교 비정규직 직원들에게 돌린다)
다행히 올 해는 경비 아저씨 둘 다 바뀌지 않아 날 기억하셨는데,
5년 전 여기 이사 왔을 때부터 계속 인사하던 청소 여사님이 얼마 전 바뀌었다.
여사님의 거처는 내가 사는 동 1라인과 3라인 사이 외벽 지하 창고다.
사람 하나 겨우 쭈그리고 앉아야 하는 공간. 물 한 바가지 받으러 들어가면 습기 가득하고 좁은 데다 시궁창 냄새가 역겨워 후다닥 일 보고 나오는 그런 곳.
그런 곳에서 먹고 쉬고 그러신다.
새로 오신 여사님은 그런 곳을 스펀지 은박으로 둘러쳐 나름 리모델링을 하셨다. 그럼에도 냄새는 가시지 않았지만.
출근길에 마침 그곳에서 소리가 나길래 얼른 차에 뒀던 김상자 집어 들고 창고 입구에서 추석 명절 잘 보내시라, 약소하지만 감사의 마음이라며 전했다.
놀란 눈으로 받으시곤
밖으로 쫓아나와
"복 받으실 거예요!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며 허리를 굽히신다.
진짜 복은 여사님이 받으셔야 하는데.
근무환경이 이리도 열악한 노동자들은 한 다리 건너 우리들의 가족이자 이웃이다.
'물질'이 차고 넘치지만 사회의 '차별과 비인간적인 태도'도 같이 넘친다.
아직 좋은 세상으로 갈 길이 멀다.
만나는 아이들에게
서로 존중하고 살자 이르지만
그걸 단 한 순간에 물거품으로 만드는 어른들이 지배하는 이 사회에서 꿋꿋하게 버티기란 참으로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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