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인들이 결국 찾아냈다. 나사 허블망원경으로.
판도라 성단(Abell2744) 속 유령 같은 빛을.
그 빛은 400만 년 전 파괴된 내 고향별(ecaep71)이 남긴 흔적이다.
내 고향별은 푸르른 평화, 그 자체였다.
하지만 그 평화를 파고든 악당들에 의해 피폐해지다
결국 전체가 썩었고,
우리 종족(GP)은 별 자체를 파괴하고
400만 전 지구로 옮겨왔다.
지구인 초기의 모습은 오스트랄로 피테쿠스였고,
400만 년이 지난 지금도 그 모습이 남아있다.
GP는 '평화'를 소명 [召命]으로 여긴다.
평화에는 모든 것이 스며있다.
평등, 협력, 온정, 감동, 행복, 슬픔, 희망, 아름다움을 품고
종족 관계와 생로병사 모두 자연의 섭리를 따른다.
우리에겐 없는 단어들이 있었다.
차별, 혐오, 증오, 전쟁, 시기, 욕심, (이 전과 다른) 슬픔, 조바심.
우리 별이 파괴되기 전 이 단어들이 난무했기에
GP 최고회의를 통해 별을 파괴하고 비슷한 푸른 별 지구로 떠났었다.
그런데,
400만 년이 흐른 지금 그때와 비슷해져 버렸다.
이주선에 그 악당들의 바이러스가 숨어들었던 것.
그 바이러스는 지구인의 몸에 스며들어 진화했다.
철저하게 인간이 아닌 것이다.
고향별처럼 당하고만 있을 수 없어
우리는 지구를 지키기 위해 죽을 둥 살 둥 싸웠다.
싸움은 100년 단위로 기록되는데 절대적으로 불리하다는 보고서가 며칠 전 나왔다.
악당바이러스의 진화는 한계가 없다는 뜻이다. 절망적이다.
우리 종족은 지구에서 태어날 때 GP임을 알지 못한다.(일명 MGP)
지난 400만 년간 지구인 DNA와 99.99% 같아졌기 때문이다.
극히 일부 0.1% 만이 성장과정에서 다양한 찰나에 각성한다.(일명 AGP)
(난 1990년 GP-sin40nala 만남을 계기로 각성)
각성하지 못해도 이미 타고난 DNA에 의해 소명대로 산다.
그러다 다시 별이 되어 떠나기도 한다.
예를 들면,
프레디 머큐리(AGP-소행성 17473)와 2024 파리올림픽 비치발리볼 결승전에서 존레논의 imagine을 틀어버린 현장음악감독 (AGP) 은 음악으로,
CBS 음악 FM 김용신 아나운서(MGP)는 목소리와 일상의 감동으로,
이태석 신부 (AGP) 는 영적 헌신으로,
김장하 선생 (MGP) 은 교육과 장학으로.
가까웠던 GP 중에 내 마음속에 스민 이들이 있다.
(난 한반도에 태어났기에 모두 한국인이다)
'국가가 교육공동체와 교육 전체를 경쟁시키는 것-교원종합대책안'에 반대하던 1993년,
같이 전국 교대 4학년 대책협의회 밤샘회의를 하다 그 해 11월에 하늘로 떠난 '한상용'. 답없는 회의 후 버스터미널에서 헤어질 때의 그 낙심한 표정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의 예상대로 교대 양성과정에서부터 교육의 본질인 '상호협력에 의한 가치 있는 삶을 사는 인간을 키우는 것' 즉, '사람다움'을 잊게 만드는 세상이 됐고, 오직 '경쟁'만이 남았다.
직장폐쇄로 문 닫은 공장 사무실에서 같이 고스톱 치며 대학 나온 친구들을 부러워하던 '신동철'이는 한국에서 가장 나쁜 바이러스인 '가난'의 굴레에 허우적대다가 1997년에 떠났다. 그가 떠난 이후 바이러스는 더 기승을 부려 인간 사이를 '돈'과 '계급'으로 더 벌려놓았다.
민주와 통일을 위해 불처럼 살다가 2003년에 떠난 '강희철' 선배.
전국을 다니며 GP들을 만나고 새벽에 들어와서도 비디오 대여점에서 빌려온 영화 2편을 보고, 좋은 세상으로 가는 길 끝에는 '장애'가 있을 것이며, 이대로라면 이 나라의 미래에는 '마약'이 판을 칠 거란 걸 꿰뚫어 본 선구자.
그리고, 2020년 10월 12일 떠난 '권영훈'과
1년 반 뒤, 같은 병으로 동생을 따라간 형아 빈이.
(두 아들을 보낸 엄마의 고통은 짐작조차 못하는데, 내게 고맙다며 시교육청에 댓글처럼 장문의 글을 남겼다.)
훈이는 제자로 와서 지구에서의 마지막 1년 6개월을
나와 대화하며,
교사로서 사는 이유를 알려준 아이였다.
그렇게 나는 지구상 훈이의 마지막 선생으로 남았다.
그렇게 그들은 우주에, 내 맘에 살아있고
나는 오늘도 걷고 있다.
늘 B급을 추구하지만,
소명인 '평화'와 '감동'을 주는 삶을 위해.
특히, 이 지구의 희망이자 미래인 아이들을 위해.
P.S
우리는 평범하기 그지없지만
오늘 하루가 소중한 사람들,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묵묵히 움직이는 사람들,
눈물나게 좋은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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