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일기

0 vs 3,000,000

턱쌤 2024. 9. 26. 19:57

통합교과 시간에 (특별한 날)을 주제로 아이들에게 먹을 만큼의 과자를 작은 통에 담아 오도록 했다.
다음날 한 아이가 과자를 담은 본죽통과 알로에 음료 한 병을 내게 내밀었다.

고민할 것도 없이
과자는 안 싸 온 아이 4명에게 컵에 담아 나눠주고, 음료는 가져온 아이를 불러 가방에 넣어 돌려보냈다.
그리고 알림장 톡으로 학부모에게 감사하지만 법 때문에 못 받는다고 보냈다.

그 정성에 감사하지만 작은 거 한 번 받으면 계속 피곤해진다. 그거 받았다는 소문은 하루도 안 걸리기 때문이다.
서로 민망하지 않게 문자보내고 돌려보내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음료 하나라도 안 주고받는 청탁금지법이 좋다.
괜한 시비와  오해, 소문, 법적 처벌로부터 나와 학부모 모두를 자유롭게 하기 때문이다. 그게 상식이고 믿음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너무 웃프게 됐다.
학부모 답문자처럼 일반 공무원은 1도 안 되는데 300만 이상 이것저것 턱턱 받아도 아무 문제가 없는 사람이 뉴스에 매일 나오기 때문이다. 청탁금지법이 물거품이 됐고, 검찰도 불기소하고, 법과 도덕을 1도 안 무서워하는 이런 사람들에 대해 아이들이 물어보면 나는 뭐라고 답해야 하나?
오히려 과자받아 아이들 나눠준 나는 처벌받을 지도 모르겠다. 고무줄 법이니.
어이없는 세상이 되버렸다.
하하하하하!


학부모도 나를 턱쌤이라 친숙하게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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