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일기

엄마가 보고 싶어요

턱쌤 2024. 9. 26. 18:24

일주일 전 00 이가 내 자리로 와서 작고 떨리는 소리로 말했다.
"제 핸드폰이 고장 나서요. 학교 끝나고 집에 혼자 들어가야 하는데요. 훌쩍, 근데요. 제가 집 비밀번호를 몰라서요. 그래서요. 엄마도 늦게 온다구 했구요. 언니도 어디 들렀다 오면 늦게 오구요. 훌쩍."

결론은 집 비밀번호를 모르고 혼자 있지도 못하겠다는 거다. 마침 1학기 체육을 가르쳤던 00 이가 언니라 그 반에 전화해서 점심 먹고 교실에 들르라고 부탁했다.
점심시간에 언니가 방문했고 비밀번호를 종이에 적어 깊숙이 넣어주고 일단락된 줄 알았는데.

오늘까지 매일 울며 내 자리로 나온다. 엄마가 보고 싶다며. 3일째에는 엄마에게 문자를 넣어 00이랑 얘기 좀 해주시고 엄마 사진이라도 하나 넣어 보내달라고 했다. 하지만 사진은 같이 등교하지 않았고 매일 울고 있는 거다.

1학기엔 안 그랬다는데 엄마와의 연결수단인 핸드폰이 촉매가 된 듯했고 분리불안은 일주일 넘게 계속되는 거다. 엄마에게 보고 싶다는 문자를 넣어달라는 아이의 부탁은 거절했다. 경험상 이 상황이 반복될 게 뻔하기에.

"00아, 엄마가 많이 보고 싶구나. 그래도 여태 잘 참아왔어.  다른 친구들도 엄마 보고 싶지만 잘 참고 이렇게 공부하니까 우리 00 이도 할 수 있어.  그리고 엄마 절대로 어디 가지 않고 유진이 보고 싶어서 저녁에도 금방 오실 거야. 그러니 좀만 참아보자."

중간중간 웃고 잘 노는 걸 보면 자연스레 넘어갈 것도 같은데 00 원래 성격이 소심하고 내성적인데도 원인이 있는 것 같다. 달래주며 스스로 극복하길 믿고 기다리는 수밖에.

어쨌거나 누구나 어릴 때 경험해 봤을 분리불안. 하지만 어른인 나도 그럴 때가 있으니 아이에게 뭐라 다그칠 일은 아니다.
핸드폰과 떨어지면 왜 그리 찾게 되는지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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