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이들이 쓴 시똥에는 학원, 숙제, 시험이 역시나 들어있다.
1학년이라는 걸 감안하면 참 안쓰러운 일이다.
우리 반은 국어, 수학 단원평가 시험을 보는데, 나만의 원칙이 있다. 미리 예고 하지 않을 것, 점수를 쓰지 않을 것. 예고와 점수가 불러오는 아이들의 (부모로부터 받을)잔소리를 조금이나마 줄이기 위해서다.
그럼에도 아이들은 시험 결과에 민감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우리반에서 제일 좋은 성격의 0린이가 이 시를 써왔다.
걱정돼는 숙제 - ○ ○ 린 (인천 부0초 1학년)
나는 숙제가 구몬이다.
어렵다.
12장이다.
하기 싫다.
끊고 싶다.
수학, 국어, 과학, 한자
이렇게 있다.
구몬을 끊고 싶지만
꿈이 치과의사니까
화이팅!
긴 설명을 할 필요가 없는 시다. 꿈을 위해 초등학교 1학년도 저렇게 많은 숙제를 하고, 끊고 싶어도 못 끊는 우리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시가 아닐까 싶다. 추석에 달님에서 소원빌기에서 '서울대 가게 해주세요'라고 썼던 0원이의 바람도 이 시와 함께 웬지 쓸쓸하게 다가온다. 물론 아이들의 꿈을 응원하고 또 응원한다. 다만 나중에 정말 꿈이 이루어진다 해도 지금은 내 입으로 치과의사 되라, 서울대 가라고 말하는 싶지는 않다. 그말보단 오늘 하루 하루가 행복감으로 채우면서 꿈이 이루어지길 바란다고 말한다.
어제가 2025학년도 대입 수능이었고, 영국의 BBC는 세계에서 가장 힘든 시험이라는 기사를 실은 오늘이다. 게다가 이 시험 하나로 사회적 지위가 결정된다는 것도 전 세계가 알고 있다
BBC가 본 수능 “세계서 가장 힘든 시험…사회적 지위 결정”
* 이 글을 쓴 다음날 1박 2일 연수에서 돌아온 아내가 뭔가 일이 생긴냥 곁에 와서 말한다. 직장 동료 아내가 자녀에 집착하여 초등학교 6학년인데도 인천에서 강남까지 주말반 학원 보내고, 아이는 엄마 무서워 공부하지만 스트레스로 무기력증에 빠졌다는 얘기다. 동료인 아빠도 못말려서 지켜만 보고 싸우다 경찰도 두 번이나 왔다는 얘기.
이제 곧 사춘기에 들어설 아이가 너무 걱정된다. 현실은 영화보다 더 무섭다. 이 사회가 너무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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