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죽은 아내(이시다 유리코)가 초등학생의 몸을 빌려 상실감에 좀비처럼 살아가는 남편과 딸에게 다시 살아갈 의지를 불어넣고 돌아가는 휴먼드라마.
사전 정보 없이 내가 좋아하는 이시다 유리코와 살색의 감독 무라니시에서 파격 연기를 보였던 모리타 미사토가 출연해서 봤다. 참 곱게 세월을 흘러가는 이시다 유리코는 우아하고 아름답다. 초등생 아내 역할을 한 마이다 노노는 국민배우로 성장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산 자와 죽은 자는 연결되어 있지만 다시 만날 수는 없다. 일본 영화 특유의 감성과 소재로 자주 등장하는 '혼'을 매개로 만나는 설정인데 언제 봐도 참 흥미롭다.
가족의 의미를 섬세하게 그리고 있으며, 그렇다고 너무 의존하지 말고 스스로의 힘으로 살라고 말한다. 상처받은 영혼들이 기댈 곳은 역시 가족이고 그러니 있을 때 잘하란 말이다. 그리고, 김형경 작가가 쓴 좋은 이별처럼 잘 떠나보내고, 남은 자는 또 잘 살아가야 한다는 말이다.
이토록 서로 의지하고 사랑하기도 힘든 가족의 모습이라 현실과 거리감이 있지만, 현실이 팍팍하기에 이런 드라마를 보며 눈물 흘리게 된다. 그리고 조립식 가족에 이어 다시 한번 느끼지만 가족에게 '같이 먹는 밥'은 너무나도 소중하다. 드라마 속 이 가족도 '같이 먹는 추억'을 통해 자기들의 입맛을 만들었고 음식을 통해 그리워한다. 가족을 뜻하는 식구[食口]가 수천 년 전에 만들어진 한자이니 인류에게 '같이 밥 먹는 행위'가 가족에게 얼마나 중요한가 말이다.
그토록 중요한데 우리를 돌아보자. 한때 이슈였던 '저녁이 있는 삶'은 자기계발 시간 확보도 있지만, 가족이 모여 밥 먹기 힘든 현실을 반증한다.
중고등학생은 물론 초등학교 고학년도 가족과 오순도순 밥 먹을 저녁 시간에 학원과 과외를 전전한다. 익숙한 풍경이라 무뎌졌지만 가만히 한걸음 물러서 바라보면 너무나도 슬픈 우리나라의 자화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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