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시쓰기 3

만추-부쩍 큰 아이들

겨울이 코 앞까지 왔다는 것을 보여준 어제 입동 추위가 다소 가신 오늘. 햇살이 따뜻한데 그늘 안은 선득하다. 아이들과 바깥나들이를 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뜻이다. 영하로 내려가면 아무래도 바깥에서 시를 쓰고 놀기는 어려워진다. 관찰은 할 수 있어도. 금요일이기도 해서 1교시 화재대피훈련을 마치고 2교시에 신나게, 부지런히 나갔다. 아이들도 오늘만큼은 제대로 쓰고 놀겠다는 의지가 보여서 나갈때부터 기분이 좋았고, 실제로 잘 쓰고 잘 놀았다. 그래서 기분좋게 아이들의 웃는 모습도 사진에 담아두었다. 깊어가는 가을만큼 아이들도 익어가고 있다. 햇님 - 김○연(인천 부0초 1학년) 햇님이 작고 내가 커진다면 햇님을 만져보고 싶다. 겨울은 햇님이 차가울까? 가을 햇님은 그럼 뜨거울까?겨울 햇님은 눈이 와서..

턱쌤은 천재마술사

나는 2학기에 지금 1학년 반의 담임으로 들어왔다. 정년퇴임 하신 선배의 빈자리를 채운 거다. 아이들을 지도하면서 1학기때 모습이 궁금하여 아이들에게 묻곤 한다."00이 1학기때도 이랬니?""1학기 때는 이럴 때 어떻게 했니?"아이들의 대답을 참고해서 크게 다르지 않게 조절하며 학급운영을 하고 있다. 그런데 확연히 달라진 아이들의 모습이 하나 있다. 바로 활기참, 그 선을 넘는 몇 명의 아이들이다.교실에 오는 중국어 선생님과 수업 보조 선생님의 말을 들어보면 수업시간에 선생님 말에 꼼짝도 안 했단다. 그런 아이들이 웃고 떠들고 강당에서 활기차게 노니 신기했던 모양이다. 그런데, 선을 넘는 아이들이 있다. 말도 안 되는 자기 기준으로 내게 따지고 드는 것이다. 녀석들, 내가 만만해 보이니 소위 막 나가는거..

다양하게 볼 수 있는 눈

지난주 시 쓰기에서의 글감은 였다. 어떤 것들을 아이들이 담아 올까 기대 반 걱정 반이었는데 아이들은 기대에 부흥하여 다양하게 가져왔다. 공개수업, 운동장, 가족, 우리 반 이야기, 친구, 가을과 날씨, 단풍잎, 거울, 턱쌤, 자기 자신 등등 아무래도 밖에서 쓰니 가을 풍경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지만 그래도 나름 다양한 시 글똥이 나와서 좋다. 시 쓰기를 통해 아이들의 관찰력과 호기심을 키우고, 아이들의 현재 삶에 위로가 되면 좋겠다는 내 바람이 그래도 조금은 이루어지는 것 같다. 넓은 운동장 - 김○안(인천 부0초 1학년) 운동장은 넓다. 내가 10개, 100개, 1000개도 안 될 것 같다. 근데 누우면 될 것 같다. 아무도 없는 텅 빈 운동장을 보고 0안이가 이 시를 써왔다. 너무 크게만 보이는 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