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듣는 라디오 프로그램 <그대와 여는 아침 김용신입니다>에서 우리 용신님이 보내주신 책중의 하나인 <라디오 쇼>를 읽었다. 미국의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내가 믿는 이것 (This I Believe)>이라는 코너가 있었고, 그 코너에 여러 명사들이 자신이 믿는 것들에 대해 쓴 5분정도 분량의 에세이모임이었다. 믿음들은 크게 '인간, '정의', '행동의 힘', '나자신', '가족의 사랑', '종교', '영혼의 불멸'에 대한 것들이었다.
그런데, 이 책이 전혀 맘에 들지 않았다. 아닌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미국사회를 이끌어가고 영향력을 미치는 사람들의 이야기였는데,너무나도 미국적이었다. 미국의 법과 정의를 믿는 사람들 얘기가 많았고, 그 믿음들이 현실과 동떨어진 추상적인 개념들이 너무 많았다.
차라리 소박하고 사람냄새나는 삶에 관한 믿음들이라면 더 좋았을텐데 악법을 지켜야 한다거나 정치를 신뢰해야 한다는 이야기들, 미국을 믿는다는 이야기들에는 눈쌀이 찌푸려졌다.(그대와여는 아침의 '아침공감'이라는 꼭지가 훨씬 더 좋다) 믿음이라기보다는 그렇게 되기를 바라는 내용들이 대부분이었다. 믿음과 소망을 혼돈하는 듯했다. 그렇게 되기를 바라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은 미국사회와 제 3세계 사람들의 현실아니던가. 이라크의 추악한 석유전쟁을 일으키고, 경찰국가를 자칭하며 민주주의를 지킨다는 미명아래 군대를 파병하는 경우가 얼마나 많았던가.
어쩌면 그런 믿음들이 세계 최고의 빈부격차, 최악의 건강보험 등 전혀 민주주의적이지 않은 미국을 지탱하는 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렇다면, 지금 내가 믿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추악한 자본주의 사회속에서 아이들의 꿈과 희망은 사라지고,
무한경쟁속에서 서로를 배척하고 포용하는 법을 배우지 못하는 이 현실.
빈부격차속에서 열심히 일해도 사람답게 살 수 있는 공평한 조건이 못되는 현실.
이런 현실들이 언젠가는 평화롭고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는 세상으로 바뀔 것이라는 믿음이다.
그리고 그 믿음은 그저 앉아있다고 오는게 아니라는 사실을 난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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