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일기

이봐 MB! 인문학수업을 들어 보는게 어때?<행복한 인문학>

턱쌤 2009. 7. 24. 16:04

 

잔잔한 충격이었다.

노숙자, 교도소 수감자, 기초수급자 등 경제적으로 최하층에 있는 사람들이 시와 소설, 철학, 역사강좌를 듣고 삶의 이유와 의지를 다시 찾는 감동의 실천사례를 담은 책 <행복한 인문학>이 던져 준 떨림이었다.

 

노숙자를 위한 인문학강좌에 참여한 강사들 모두 한목소리로

'노숙자'하면 떠올렸던 수준낮고 무식해서 수업하기 어려우면 어쩌나했던 자신을 반성하며, 오히려 더 많은 삶을 그들에게 배웠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노숙자와 시,

언뜻 생각해봐도 어울릴 것 같지 않지만

시와 소설을 통해 자신의 삶을 끄집어 낼 수 있고

눈물을 흘릴 수도 있었던 것이다.

 

이책은 어쩌면 빈곤층에게 먼저 필요한 건 경제적 지원보다도 자신의 삶을 존중하고 사랑하며, 자신의 존재이유를 찾아가는 힘을 길러 줄 '인문학'이 아닌가하는 질문을 던진다. 책을 덮는 순간, 나는 절대적으로 이 질문에 '그렇다'라고 화답한다.

 

돈이 중심이 된 이 사회는 언제부터인가 삶의 목적이 인간다운 삶은 온데간데 없고,오로지 돈과 추악한 생존경쟁만을 강요하고 있다. 그 결과 사람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자신감, 존재성, 자존감 등을 찾게 해주는 인문학은 무시되면서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시와 소설, 역사와 철학, 예술은 그 어느 지식보다도 먼저 배워야 하고, 또 평생 함께 해야 할 것들이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은 정반대다. 학교에서도 천대받고 있어서 아이들은 점점 더 인문학을 접할 기회를 잃고 있다. 오늘 발표된 미래형 교육과정에서도 예체능과 도덕, 사회, 역사과목은 예상대로 또 통합 '축소'되었다. 이미 역사교과는 필수가 아닌 선택과목이 되어서 학생 90%이상이 '우리 역사'를 배우지 않고 있는 현실인데 말이다. 이 사회의 퇴행이 빨라지고 있다.

 

『인문학은 사람에 관한 학문이다. 사람 개인에 관한 학문이고, 그 개인들이 타인과 만나 만들어내는 사회에 관한 학문이고, 사람이 자연과 이루어내는 조화에 관한 학문이다. 이처럼 인문학은 인간 본연의 학문이기 때문에 아주 오랜 기간을 이어 인간의 역사와 함께 발전해 왔다』 - 194쪽

 

위 인용글처럼 이런 것이 인문학이라면 지금 이 나라의 대통령은 반드시 인문학강좌를 수강해서 인간 본연의 모습이 무엇인지를 배우고, 사람을 살리는 통치를 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런 바램이 이루어지기 쉽지는 않을 것 같다. 왜냐하면,

 

『빈민들이 인문학을 공부한다는 것은 그 자체가 매우 급진적인 행동이다. 인문학 학습은 빈들들에게 정치적 삶을 가르치며, 진정한 힘이 존재하고 있는 '공적 세계'로 그 사람들을 이끌어주기 때문이다. 인문학이야말로 가난한 사람들을 '위험'(합법적인 힘, 민주주의 등은 언제나 (통치자들에게) 위험한 것으로 간주되어 왔기 때문에)한 사람들로 변화시키고, 그 사람들로 하여금 합법적이고 정당한 힘을 갖게 해준다』 - 119쪽

 

위 글에서 '빈민'을  '국민'으로 바꾸면 딱 답이 나온다. 그들은 우리들이 인문학을 제대로 배우면 국민들이 힘을 갖는 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역설적으로, 그렇기 때문에 우리 스스로 더욱 더 인문학을 배워야 할 시점에 와 있다.

모두 책을 펴들고, 거기서 배우고 느낀 것을 실천해야 할 때다.

인문학은 실천의 학문이고, 우리는 모두 생의 길을 떠나 함께 걷고 있는 노숙자들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