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보내며..
친구야, 8년 전 너를 만나 우리가 함께 한 세월의 기억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제일 싼 것이라며 아내가 집에 들였던 너는 결국 나와 인연을 깊이 맺었고 긴 시간을 함께 했었다. 하필 네 운명의 끝을 아내가 보고야 말았고, 내가 뒤늦게 어떻게든 연명해 보려 힘썼지만 때가 되었음을 한번 더 확인할 뿐이었다.
친구야, 네 생이 끝나가고 있음을 절친인 난 이미 알고 있었다. 그래서였을까, 어머니댁 홈쇼핑광고에서 우연히 새로운 녀석이 눈에 들어왔고, 어제 너의 운명과 동시에 그 녀석을 밤 1시에 주문했다. 애도의 시간도 갖지 않고 그렇게 빨리 주문했다고 서운해마. 당장의 집안꼴을 본다면 너도 그리 서운한 마음 들지 않을게다. (사실 핸디형 청소기 하나 더 준다는 거에 서두른거 인정한다) 너보다는 조~금 비싼 싸이클론이란 녀석이다.
넌 너무 좋은 벗이었다. 먼지집진봉투 방식의 청소기를 쓰다가 봉투가 터져버리거나, 냄새에 시달렸던 사람들은 모두 알고 있을게다. 먼지따로 청소기의 혁명적인 편리함을 말이다. 게다가 가격대비 기능도 전혀 손색이 없었고, 청소 후 바로 너를 청소하는 나의 부지런함(?)으로 비교적 건강하게 너의 생을 살다 갈 수 있었다고 본다. 다만 그 가격이 문제였던 건지 손잡이가 진작에 부러졌었고, 마지막 운명도 어처구니없는 부분(전원공급조절장치)의 골절 때문이었지.
친구야, 이제 너의 운명은 다했지만 온전히 분리배출되어 친환경 소재의 새로운 그 어떤 제품으로 다시 태어나길 진심으로 기도한다. 나 또한 내가 가야 할 집안청소, 환경지킴이의 한길을 뚜벅뚜벅 걸어가겠다. 새로운 세상에서 다시 만나길 또한 기대해 본다.
안녕~~ 친구야.
너의 절친, 나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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