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PD인 타마키는 어릴 적 교통사고로 입원한 병원에서 만난 '타로'와 나눈 사랑을 잊지 못합니다. 타로는 타마키가 라디오 PD가 된 이유이기도 하기 때문이지요.
교통사고로 입원한 병원에서 만난 소년 '타로'. 타로는 야구를 좋아하면서 라디오 DJ가 꿈인 아이입니다. 불치병을 얻어 병원에 입원했지만 우연한 기회에 시작한 병원 라디오방송을 통해 잠시나마 꿈을 이루고 타마키와 사랑으로 만나게 됩니다.
영화는 안타깝게도 결국 타로의 죽음으로 끝을 맺지만 타로가 남긴 감동은 시간이 지나도 잊히지 않습니다. 바로 라디오를 통해 병원 안 사람들이 서로 연결되고 소통하게 되었으며 그것은 모두 '감동'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이 영화는 어린 두 영혼의 사랑이야기이기도 하지만 라디오가 갖는 소통과 공감의 기능을 자연스럽게 보여줍니다. 입원후 5년 동안 외롭다는 말을 하기 싫어 그 누구와도 이야기하지 않던 할머니가 사연을 보내고, 20년 전의 사랑을 잊지 못하는 까칠한 아저씨도 신청곡을 남기며, 아들과 소통하고 싶었던 아저씨의 신청곡, 퀸의 'somebody to love'는 장례식장면과 함께 울려 퍼집니다.
이렇듯 '라디오'는 사람과 사람의 마음을 잊는 '다리'가 되고, 숨겨놓은 이야기와 감정을 세상에 내놓게 하는 '산파'가 되며, 아프고 외로운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친구'가 됩니다. 무엇보다도 같은 시대, 같은 시간에 함께 느끼고 호흡한다는 그 소통 자체만으로 '감동'을 공유하게 되지요. 그런 감동을 느껴본 적이 있으신지요? 지금 이 시간에도 많은 라디오 프로그램을 통해 다리가 놓이고, 상처가 치유되며, 사랑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저는 요즘 CBS음악 FM 그대와 여는 아침 김용신입니다를 듣습니다.
문득, 고인이 된 '정은임 아나운서'는 129일간 외롭게 고공크레인 농성을 벌이던 '고 김주익열사'를 생각하며 했던 오프닝멘트가 생각납니다. 그 목소리는 7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들의 마음에 울려퍼지고 있지요.
새벽 세시,
고공 크레인 위에서 바라본 세상은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100여일을 고공 크레인 위에서 홀로 싸우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의 이야기를 접했습니다.
그리고 생각했습니다.
올 가을에는 외롭다는 말을 아껴야 겠다구요.
진짜 고독한 사람들은
쉽게 외롭다고 말하지 못합니다.
조용히 외로운 싸움을 계속하는 사람들은
쉽게 그 외로움을 투정하지 않습니다.
지금도 어딘가에 계시겠죠?
마치 고공크레인 위에 혼자 있는 것 같은 느낌,
이 세상에 겨우 겨우 매달려있는 것 같은 기분으로
지난 하루 버틴 분들, 제 목소리 들리세요?
저 FM 영화음악의 정은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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