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백운역 주변에는 손맛에다 '정'을 담아 파는 할머니 맛집들이 있다.
가게가 후미진 골목길이나 길가 노상에 있어 허름하고 쉽게 찾을 수 없지만 '사람냄새나는 가게'들이다.
주인장이 모두 연세 많으신 할머니들이시라 오래도록 뵙지 못한다는게 가장 큰 흠인...... 사람 사는 세상, 만남뒤엔 이별이 따른다지만 벌써부터 뒷날을 걱정한다는 건 너무 지나친 것일까.
아니다, 사라지지 않길 바란다는 건 지나친 욕심이겠다. 그러기전에 충분히 마음에 담아두어야겠다.
■ 남부역 출구 앞 <할머니 호떡집>
작년 늦여름에도 '한여름의 호떡집'이라 제목으로 포스팅을 한 적이 있는 집이다. 일 년 내내 호떡을 파시는 할머니.
자식들은 이제 그만하시라 한다는데 한여름에도 '이렇게 찾아주는 손님이 있는데 어떻게...'하시며 장사를 하신다.
작년엔 천원에 3개였는데 올해는 몇 달간 가보질 못했다. 조만간 또 들러야지.
혹시나 하고 검색을 해보니 나같은 생각을 가진 분이 또 계시다.
http://blog.naver.com/eyagi90/130012333874
■ 북부역 골목 <맛있는 손칼국수>
백운 북부역 골목길, 간판도 없이 그저 맛있는 손칼국수집이라 쓰여있다. 칼국수도 맛나지만 찌게백반은 이 할머니집의 백미. 5천 원짜리 찌개에 반찬이 열 가지가 넘는다. 모두 직접 만드신 것들이며 인근 작은 회사나 일터에 도시락을 대신다.
인서 녀석이랑 몇 번을 갔는데 그때마다 생선이며 계란말이를
떨어지기가 무섭게 더 주신다. 인상도 후덕하게 좋으신 할머니다.
사실 오늘 두 아들녀석과 점심 먹으러 갔는데 소문대로 여러 날동안 쉬셨던 모양이다. 부디 무탈하셔서 다시한번 밥맛을 봤으면 좋겠다.
이 집 또한 검색해 보니 마침 아는 후배 녀석이 맛나게 글을 써놨다.
http://blog.naver.com/umul10/70002536535
■ 남부역 200m아래 골목 <할머니 콩국수집>
여름에만 가는 단골 콩국수집이다. 혼자서도 가서 후루룩 먹고 오지만 인서도 좋아해서 시간이 되면 늘 함께 간다. 올여름엔 어제 처음 다녀왔다. 재작년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여든의 할머니 혼자 일하신다. 아들은 그만두라고 말리는데 여력이 될 때까지 일하시겠단다.
그날 팔 국수가 떨어지면 문을 닫는다. 그래서 저녁엔 통 먹을 수 없다. 작년까진 한그릇에 3500원이었는데 올해는 4천 원으로 인상되었고, 아이나 여자는 3천 원을 받는다. '착한 가격'이라는 말이 딱 어울린다.
우리 동네, 참 살기 좋지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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