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아들아,
너도 알다시피 아빠는 지난 주말에 부산에 다녀왔다. 왜 가는지 네게 짧게 얘기했었지만 그것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기에 오늘 좀 더 얘기를 해볼까 해.
이 왼쪽 사진에서 아파트 사이로 보이는 큰 크레인이 보이니? 부산에서 배를 만드는 한진중공업의 85호 크레인이야. 저 크레인 중턱에서 50살이 넘은 여자 한분이 200일 넘게 혼자 싸우고 있단다. 바로 김진숙씨야. 우리나라 최초의 여자 용접공으로 일을 하다가 마찬가지로 이곳에서 해고당한 분이시지. 그런데 왜 싸우고 있냐고?
몇개월 전 이 한진중공업은 170명의 노동자를 해고했어. 오랜동안 함께 일해온 가족같은 사람들이지. 바로 아빠처럼 가족이 있는 사람들을 하루아침에 회사밖으로 쫓아낸거야. 그런데 그 이유가 회사경영이 어렵다는 거였지. 그런데 말이다. 이 한진중공업은 정리해고 다음날 170여억원의 이익금을 회사 주주들끼리 나눠가졌어. 회사가 어렵다면서 말이지. 게다가 배를 6척이나 주문받았다고 또 정리해고뒤에 발표를 한거야. 말 그대로 어렵지 않았던 거지. 정말 말도 안되는 일이지? 다 회사의 거짓말이었던거야.
아들아,
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정리해고가 얼마나 가슴아픈 일인가하면 그건 살인행위와도 같아. 대부분 열심히 일한 댓가로 받은 월급으로 가족을 꾸려나가는 건데 그 일자리를 저런 거짓말로 빼앗는거야. 해고되면 돈도 못벌지만 삶을 다 쏟았던 일자리를 뺏긴다는게 얼마나 아픈 일인지 말로는 다 못한단다. 아무리 어려워도 조금씩 나눠서 어떻게든 함께 일을 하는 직장도 있건만 우리나라는 저렇게 돈을 벌고 있는데도 정리해고를 많이 한단다.
왜그럴까? 그 이유는 바로 돈때문이야. 오래된 노동자를 고용하는 것보다 그 절반의 돈만 주는 비정규직(언제든 계약을 안할 수 있는)을 고용하면 회사는 돈을 더 벌 수 있다는 계산때문이지. 이렇게 큰 회사가 돈을 벌 수 있는 것도 모두 노동자들이 열심
히 일을 하기 때문인데도 회사를 자기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어떻게든 돈을 더 벌겠다고 이렇게 무자비하게 노동자들을 해고하는 것이란다.
사실 정리해고를 하지 않고 많은 돈을 버는 회사도 있어. 오히려 더 많이 고용을 해서 휴식도 주고, 교육도 시켜서 더 질좋은 물건을 만들어 많이 파는 거지. 그러면 노동자들도 가족들을 더 맘편하게 돌볼 수 있어서 일도 열심히 하고, 품질도 좋아지는거지. 회사도 좋고 노동자도 좋고... 이런게 바로 사람이 사는 올바른 모습일거야. 5학년인 너도 학교에서 이렇게 배우고 있잖니. 함께 나누어야 행복하게 잘 사는 거라고 말이야.
그런데 이 한진중공업 정리해고에서 보듯이 현실은 그렇지 못하단다. 정부도 회사편이라 나서서 해결해주지 못하고, 회사도 법에 어긋나는게 아니라고 눈감고 있으니(법도 회사편이거든) 어디 한 곳 하소연 할 수 없는 노동자들은 저렇게 높은 곳에 올라 200일 넘게 회사와, 정부와 맞서서 싸우고 있는거야. '정리해고는 살인이다. 다시 회사로 돌아가게 해라'하고 말이야.
아들아,
아빠가 만약 해고를 당했어도 200일 넘게 저 차갑고, 뜨거운 곳에 혼자 있으라면 못있을 것 같아. 그런데 김진숙씨는 저렇게 200일을 넘겨 싸우고 계시단다. 그 이유는 말이다. 정리해고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야. 그 전에도 이런 일이 있어서 김주익이라는 분이 같은 장소에서 농성을 하다가 너무 분해서, 너무 억울해서, 너무 답답하고 미안해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분이 계셨거든. 그리고 이 정리해고는 한진중공업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나라 방방곡곡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거든. 그래서 김진숙씨는 이 정리해고문제에 대해 모두가 함께 나서야 한다고 말씀하고 계신거야. 그래서 그 분의 생각과 행동에 대해 지금까지 3차례에 걸쳐서 수만명의 국민들이 '희망버스'를 타서 그곳에 함께 한 것이고, 그 자리에 아빠도 서 있었던거야. 정부는 희망버스 기획자를 처벌하겠다고 하고, 희망버스 참가자를 빨갱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어. 하지만 아빠는 이렇게 모두가 함께 살자고 희망버스를 탄게 자랑스럽단다.
아들아,
아빠가 바라는 세상은 그런 정리해고 없이, 열심히 일한 만큼 돈도 받고, 함께 가족처럼 서로 돕고 사는 세상이야. 그런 세상이 오면 너도 사회에 나가서 행복하게 어떤 일이든 할 수 있을거야. 그리고 아마 그런 세상에선 지금 너희들이 겪는 그런 야만적인 경쟁교육도 사라질거라 생각한다. 그러니 아빠가 너를 위해 해야 할 일도 당장 용돈 몇푼 더 주는 것보다 이렇게 함께 희망버스를 타서 이 꿈을 함께 꾸는 일일거야. 아래 김진숙씨의 말씀처럼 함께 꾸는 꿈은 현실이 된다니까 말이야.
우리 아들도 아빠랑 모두가 함께 행복한 세상을 위해 함께 꿈꾸면 좋겠구나. 무엇보다 하루빨리 한진중공업문제가 잘 해결되어 해고된 분들도 일터로 돌아가고, 김진숙씨도 건강하게 이 땅에 다시 내려와 희망꽃을 더 널리 퍼뜨릴 수 있도록 함께 꿈꾸자. 절망이 희망을 이긴 적이 없으니까.......
사랑한다.
<김진숙 지도위원의 전화연결음성 - 절망이 희망을 이긴 적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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