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육아일기를 쓰고,
아이들과 잘 놀아주고 살림도 잘 하는 아빠라고 자랑을 해도 어느새 고개를 드는 인간의 나쁜 본성에 스스로 놀랄 때가 있습니다.
지난주 휴가를 마치고 집으로 오는 길에
잘 참다가 현서에게 화를 내고 말았습니다.
집에 거의 다 와가는데 현서는 또 막무가내로 떼를 쓰기 시작했고, 아빠는 참다못해 집으로 들어가자마자 현서의 엉덩이를 손으로 몇대 때려주었습니다. 현서는 앙앙 울고, 아빠는 울지 말라며 또 화를 내고......긴 여행 끝의 피곤함이 가져다 준 비극이었습니다.
30분여 전쟁을 치룬 후 이성을 차린 아빠는 현서의 떼가 너무 심해졌다고 판단하고 몇가지 강제적인 약속을 했습니다.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다음과 같은 결론이었습니다.
첫째, 닌텐도는 하지 않는다.
둘째, 아빠와 엄마의 핸드폰으로 동영상을 보지 않는다.
세째, 데스크탑 컴퓨터는 지금처럼 주말에 아빠가 집안 청소 할 때만 1시간 본다. (단, 엔진포스 같은 싸우는 프로는 보지 않는다)
현서의 반응은 즉각적이었습니다. 처음에 닌텐도를 버린다고 하자 구슬프게 웁니다. 절충안으로 버리지는 않고 더 크면 하기로 한 다음엔 컴퓨터에서 자기가 보고 싶은 것을 보고 싶
다며 웁니다.
그동안 현서의 떼를 달래기 위해 엄마아빠가 쓴 미봉책들이 모두 실패로 돌아오고 있음을 느끼는 순간이었습니다. 게임중독까지 의심이 됩니다.
어쨌거나 그런 약속들을 하고
현서와 함께 동네 마트로 현서를 위한 야구방망이를 사러 나갔습니다. 현서와 함께 놀 거리를 구하기 위해서여지요. 녀석의 눈에 띈 정글포스 전화기를 하나 더 사오긴 했지만 현서가 신나라 합니다. 사진처럼 공을 던져주며 함께 노니 웃음소리가 커집니다.
이 글은 아빠의 반성문입니다. 피곤하다는 핑계로 인서형아에게 많은 것을 떠넘겼던 아빠였습니다. 그래도 시장이며, 운동장이며, 극장으로 잘 데리고 다닌다고 생각했지만 현서에게는 좀 더 일상의 교감이 필요했나 봅니다. 놀이면에 있어서는 인서에게 다소 치우친 면이 있었습니다.
더 말이 필요없습니다. 현서랑 집에서도 더 잘 놀아주어야겠습니다.
그리고, 현서나 아빠나 졸릴 때나 피곤해서 짜증이 날 때는 서로 부딪히는 일을 피해야겠습니다.
5살 현서와 말씨름하고 있는 아빠의 모습이라니, 뒤돌아 생각해보면 참을 수 없는 가벼운 아빠입니다.
7살 반이나 차이나는 두 아이들의 나이와 성격에 맞게 놀아주기라는 예술에 가까운 조화로움이 필요할 때입니다.
아아, 좋은 아빠되기란 정말 힘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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