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기

음모자 - 진짜 음모자는 누구인가?

턱쌤 2011. 8. 10. 18:05

 

 

링컨 대통령 암살에 음모자로 지목당한 

두 아이의 어머니.

하지만 그녀는 살해에 가담하지 않았고

아들을 지키기 위해 입을 닫고 있었을 뿐.

스승 때문에 억지로 변호를 맡았지만

진실을 알고나서 그 어머니를 구하기 위해 애쓰는 변호사.

하지만 정부는,

남북전쟁의 승리자인 북부사람들은,

이미 그녀의 유죄를 단정 지어 놓고

거짓 증거와 증인을 만들어가며 마녀사냥을 한다.

결국 위원회의 결정마저도 뒤집어 버리는

무자비한 국가권력(자)의 폭력!

 

과연 이 영화가 말하는 음모자는 누구인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영화 <음모자>는

영화배우 출신의 로버트레드포드 감독 작품이다.

이 재판 이후로 미국은 전시상황에서라도 배심원을 반드시 두고 재판을 진행시키도록 법을 바꾸었다는 자막과 함께 영화는 끝이 난다.

 

감독이 얘기하고 싶은 것이

아들을 보호하기 위한 어머니의 헌신으로 보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법'이라는 것이 나라(권력)를 지킨다는 목적으로 잔인한 살인도구가 되기도 한다는 것을,

보이는 것이 모두 진실이 아니라는 것을,

그런 현상에 누구라도 맹목적으로 휩쓸려 갈 수 있다는 것을 이 영화는 말하고 있다.

 

사실 이런 현실은 150년 전 미국의 이야기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현재와 연결되어 있다. 지금 우리나라에서도 법은 권력과 기득권을 지키기 남용되고 있다. 또한 객관적이고 냉철한 판단이전에 왜곡된 시각과 일부 언론에 의해 많은 사람들이 또 다른 가해자가 되기도 한다. 

그런 사례를 찾는 일이 어려운 것이 아니다. 20여 년 전 폭도로 몰렸던 광주시민들을 떠올리면 된다. 진실이 밝혀졌음에도 임을 위한 행진곡조차 부르지 못하는 피해자는 아직도 울고 있고, 그 학살자의 경호실장은 국가유공자들이 묻힌다는 국립묘지에 안장되었다.  광주시민들을 바라보는 우리들의 시각도 아직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 않은가.

 

과연 이 시대의 음모자는 누구인가?

 


 

 

오늘 본 이 영화는

영화공간주안에서

한 달에 한번 진행하는 <무비톡>이라는

프로그램에 참여해서 보고 왔다.

 

오전 11시,

밤의 감성과는 또 다른 감성이 차오를 수 있는 시간.

차와 다과와 함께 영화를 보고

영화프로그래머와 영화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프로그램이다.

 

 

 

평일 11시에 진행하는 프로그램이라 학기 중에는

가 볼 수가 없어서 이번 방학을 이용해서 참여했다.

맛난 간식과 더불어 좋은 영화를 본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기분 좋은 일이고,

영화상영 후 이렇게 전문가와 대화를 나눈다는 것도

새로운 경험이었다. 게다가 함께 참여한 분들이 대부분 중년의 아저씨와 아줌마들이라는 사실도 신선한 충격(?).

매번 빠지지 않고 참여한다는 아저씨의 눈빛은

생의 즐거움을 자신 있게 누리고 있다고 말하는 듯했다.

 

늘 얘기하지만

지방자치단체인 남구에서

이런 멋진 문화공간에서

이렇게 아름다운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는 것

자체가 경이롭고 흐뭇한 일이다.

 

이 경이로운 공간과 시간과 사람들과 향기가

무한대로 지속가능하기를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