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하는 도움반 친구다.
1학기에 경계성 장애 판정을 받고 국어수업을 도움반에서 하고 있다.
1학기에는 한글 읽고 쓰는 것을 힘들어했다는데(난 2학기부터 담임)
여름방학동안 열심히 배웠는 지 속도가 다소 느린 것 빼고는 잘 읽고 쓴다.
처음 한두 번은 시를 완성하지 못했고, 최근까지도
'잘 모르겠어요'를 입에 달고 쓰기 힘들어했다.
그래서 한 달 정도는 0하가 하는 말을 폰에 적어서
그대로 보고 쓰게 했다.
그런데 지난주부터 90%는 완성된 시를 들고 나타났다.
아쉬운 10%가 시적 생각이나 느낌이었는데
"키 작은 나무는 어떤 생각일 것 같아?" 물어보고
키 작은 나무의 생각을 적어오라고 했더니
마지막 문장을 멋지게 완성해서 시공책을 내밀었다.
나무 - 유○하 (인천 부0초 1학년)
나무 색깔이 이쁘다.
나무들이 신기하다.
키 작은 나무도 있다.
키 작은 나무가 키 큰 나무한테 부러울 것 같다.
지난 번 '아빠'를 글감으로 시를 썼을 때 어릴 떄 처럼 아빠랑 같이 살고 싶다고 쓴 0하.
이혼으로 주말에만 아빠를 만난다.
엄마가 0하를 키우는데 도움반 프로그램의 하나로
통합반 교사인 나와 학부모가 같이 상담을 한 적이 있다.
엄마의 고생과 노력이 다 보였고,
나는 도움반 보조 선생님까지 다 있는 자리에서 엄지를 세우고
"참 잘했어요!"라고 엄마에게 말해주었다.
가슴에 돌덩어리 하나 매달고 눈물 주머니 허리춤에 주렁주렁 달고 사는 엄마다.
* 0하처럼 시간이 갈수록 변화가 또렷이 보이는 아이들은 만나기 힘들다. 그래서인지 제하의 세계가 더 궁금하다. 가끔 이해못할 지점에서 버럭 화를 내는 이유도 포함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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