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빔 벤더스
두 번 본 영화.
고독한 히라야마(야쿠쇼 코지).
반복되는 일상을 묵묵히 이어가는 그이가
일상의 사이사이 심어놓은 행복들.
1. 이웃 할머니의 빗자루질 소리에 눈 뜨고 키우는 화분들에 물 주기
2. 일터로 나가며 하늘 쳐다보기
3. 카세트 테잎으로 올드팝 듣기
4. 화장실 쪽지로 불상의 누군가와 빙고게임하기
5. 신사에서 샌드위치와 우유로 점심을 먹으며 필름카메라로 나뭇잎 사이를 뚫고 나오는 햇볕의 찰나(코모레비) 찍기
6. 차를 타고 가며 거리의 풍경 눈에 담기
7. 퇴근 후 목욕탕 가기와 전철역 지하 단골 주점에서 술 한 잔 하기
8. 헌책방에서 책 사서 읽다 잠들기
9. 빨래방에 빨래 돌리고 단골 가게에서 술 한 잔과 흠모하는 듯한 여주인 만나기 등
그 담백한 일상에 균열을 내고 들어온 건 여동생의 딸.
여동생과의 만남으로 그의 과거 상처를 잠시 유추해 볼 뿐.
가게 여주인의 전 남편을 만나 잠시 복잡해진 마음을 그림자놀이로 달래지만
다시 일상은 흐르고
출근길 떠오르는 태양과 마주한 그의 눈은 세상 모든 상념을 담은 듯.
하지만 결국 웃는.
도시 화장실 청소부의 인생.
우울한 듯 차분함 속에 스민 차곡차곡 무언가를 쌓는 삶의 태도.
히라야마가 사진으로 모은 상자 가득한 찰나가 모여 이루는 찬란한 역사.
마지막 장면 보려고 두 번 봤는데
그 마지막 장면이 꼭 나 같아서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눈이 시큰하다.
★★★★☆
'문화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새벽의 모든 - 공존의 방식, 동병상련과 이상향 (0) | 2024.10.03 |
---|---|
한국이 싫어서 - 나도, 그리고 아이들 (0) | 2024.09.29 |
교토에서 온 편지- 딸만 셋, 졌다 (0) | 2024.09.27 |
자전거 탄 소년 (0) | 2012.01.27 |
김제동이 만나러 갑니다 - 김제동 (0) | 2011.12.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