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건너 가게 걸어가는 것도 싫어하고
늘 무릎 아프다던 아내가
몇 년 전부터 운동의 맛을 알았다.
하지만 최근 1년 사이 살이 다시 붙었고
떼어내기 위한 방법 중 하나로
걷기와 산행으로 눈을 돌렸다.
둘째 학원 기사 노릇하느라
먼데 못 가는 내 처지를 기회삼아
아내는 날 조력자로 부려먹고 있다.
귀찮아도 떠밀려 나가는 신세가 됐다.
5분만 가면 산 들머리가 시작되는
우리 집의 지리적 특성을 살려
8월 하순부터 매주 산에 가고 있으며
늘어난 체력만큼 거리도 늘리고 있다.
오늘은 차를 타고 인천대공원을 둘러싼
소래산, 상아산, 관모산을 정복하고 왔다.
인천에 똬리 튼 산을 품는 재미가 있고,
정상석의 인증샷이 맛나다.
150미터짜리 산의 정상석은 앙증맞게 우릴 보고 웃는다.
산을 오르내리다 만나는 계단을 보며 드는 생각이 있다.
'계단이 이 세상 같다'
정해진 폭과 높이에 맞춰 걸어야 하는 조건이 말이다. 높은 계단 층에서 아내는 무릎이 아프다고 한다. 내 몸에 맞지 않는다는 뜻이다.
세상은 이렇게 우리 몸에 맞지 않는 계단으로 되어있다. 그 시작은 교육이다. 수 만의 아이들은 모두 다른 수 만의 개성을 가지고 있건만 그 획일적 계단을 오르게 한다. 그리고 하나의 수능 시험으로 서열화한다.
계단이 아닌 산 길은 내 몸에 맞게 내가 조절하니 수월하고 숨조절도 좋다. 교육도 사회도 그래야 한다. 그런 사회가 살기 좋고 걷기 좋은 세상일 게다.
참, 아내의 살은 떨어지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산행 후 칼국수를 배불리 먹고 나오며 곧바로 식당 앞 군밤 한 봉지를 기어이 사더니 다 드셨다.
"아까부터 먹고 싶었단 말이야!"
괜찮아, 맛 있으면 0 K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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