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량휴업일을 틈타 2년 만에 백패킹을 갔다. 현서 고등학교 입학과 동시에 주말은 현서 기사노릇을 자처해서 못 갔었는데 이번 6일간의 연휴엔 하루를 내게 선물했다.
이젠 은신처가 된 강화 마니산 함허동천.
야영장 제일 높은 곳에 둥지를 펴고 하늘과 바람과 별을 눈에 담았다.
책도 보고 차도 마시는 시간은 쏜살같이 지나간다.
추위와 함께 뒤척이다
새벽에 일어나 마니산 정상을 향해 어둠을 뚫고 나아간다.
칠흑 같은 어둠에 길을 잃을까 걱정도 되지만 한걸음 한걸음 숨으로 고르며 땅을 차 올랐다. 나를 믿는 것 밖엔.
멀리 여명이 트고 암릉구간을 지나 다다른 정상, 그리고 깔끔한 일출.
해냈다는 안도감으로 초콜릿과 맥심커피를 마니산 산냥이와 함께 먹었다.
하산하여 해수탕에서 때 밀고 집에 와 짐정리 후 동네 백반집에서 소주 한 잔.
밥도 술도 달디달다.
왜 떠나는가.
왜 걷는가.
왜 혼자 머무는가.
떠나보면 안다.
떠나기 전 머무는 지금 이 순간의 소중함을.
가서 깨우치고
돌아와 다시 산다.
더 겸손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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